인도네시아가 정말 '못사는 나라'일까요? 현지 살면서 느끼는 묘한 괴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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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면 문득문득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나라의 '진짜 경제 규모와 스케일'에 대한 부분인데요.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아직도 많은 한국 분들이 인도네시아를 그저 '낙후된 동남아의 빈국' 정도로 생각하고 은연중에 우월감을 가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솔직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 역시 처음 이곳에 살러 올 때는 비슷한 우월감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왔었습니다. 한국의 발전된 인프라와 숫자로 된 경제 지표만 보고 이 나라를 다 안다고 자만했던 것이죠.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발 붙이고 살다 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는지 매일 깨닫게 됩니다.
자카르타나 수라바야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웬만한 지방 도시에 가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초호화 대저택(클러스터)들이 수만, 수십만 채씩 늘어서 있는 걸 보게 되니까요. 번화가의 화려한 몰들과 그 안에서 소비하는 현지인들의 스케일을 보면 "내가 알던 가난한 나라가 맞나?" 싶어 머리가 띵해지곤 합니다.
국제 통계에서는 왜 이 나라를 낮게 평가하고, 우리 눈에는 왜 이렇게 부유해 보일까요? 혼자 고민하다가 정리해 본 몇 가지 이유를 공유해 봅니다.
1. 압도적인 인구수가 만드는 '1%의 착시'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 8,000만 명입니다. 여기서 정말 내로라하는 상위 1% 부자만 잡아도 무려 280만 명입니다. 상위 10% 중상류층으로 넓히면 2,800만 명으로, 웬만한 중소 국가 전체 인구와 맞먹는 부유층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전국 각지에 초호화 주택이 널려 있는 게 결코 기분 탓이 아니었던 거죠.
2.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대한 자본 (지하경제)
전체 경제의 40~50%에 육박한다는 비공식 경제(지하경제) 규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자영업자, 유통업자, 원자재 자산가들이 엄청난 현금을 움직이지만 공식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막대한 현금들이 결국 눈에 보이는 '부동산(대저택)'으로 몰리다 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구조더군요.
3. '1인당 GDP'라는 숫자의 함정
국가 전체 경제 덩치(GDP)는 세계 16위권의 대국이지만,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1인당으로 나누면 평균 수치가 낮아져 외부에서는 '못사는 나라'로 분류하곤 합니다.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에 평균의 함정에 빠진 셈입니다.
이러한 현지의 진짜 스케일을 눈으로 보고 체감하면서, 제 안의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대를 이어 엄청난 규모의 토지와 자원을 쥐고 있는 진짜 현지 '술탄'들이 보면, 겨우 한국인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우쭐해하던 제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민망해 보였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대할 때 결코 우월감을 가지거나 우쭐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보는 그들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그들 앞에 늘 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매일매일 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 거대한 나라가 가진 잠재력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엔 조금 느리고 허술해 보여도, 직접 살면서 부딪쳐 본 인도네시아는 내부적인 역동성과 자본의 에너지가 정말 무서운 나라입니다. 한국인이라는 프레임을 내려놓고 이 나라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때, 비로소 현지 생활의 진짜 깊이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다른 회원님들은 현지 생활하시면서 이런 경제적·문화적 깨달음을 얻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다른 분들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현지에 계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