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무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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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42.webp Semprotan Cebok (슴프로탄 체복): 'Semprotan'은 분무기/스프레이를 뜻하고, 'Cebok'은 용변 후 물로 씻는 행위를 뜻하는 현지어입니다. 직역하면 '씻는 분무기'라는 아주 직관적인 표현입니다. 문득 요즘 들어오는 젊은 주재원들이나 출장자분들 보면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몰도 잘 되어 있고 화장실에 그 시원한 수동 비데(Semprotan Cebok)도 기본으로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발을 디뎠던 그 시절… 약 20년 전 로컬 화장실은 그야말로 문명의 사각지대이자 야생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 제가 화장실에서 겪은 인생 최대의 위기 썰 한번 풀어봅니다. 그날은 자카르타 외곽 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배에서 폭풍 신호가 오더군요. 급한 대로 눈에 보이는 허름한 로컬 주유소 화장실로 전력 질주했습니다. 진짜 0.1초 직전에 세이프해서 겨우 거사를 무사히 마쳤죠. '아, 살았다…' 하고 숨을 돌리는데, 그 평화는 딱 3초 갔습니다.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뻗어 벽을 더듬었는데… 하하, 화장지 걸이가 없습니다. 있어야 할 플라스틱 통은커녕 벽에 못 자국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아 맞다, 여기 인도네시아지!' 하고 정신을 차린 뒤, 요즘은 흔한 그 스프레이 분무기라도 찾으려고 왼쪽 벽이랑 변기 아래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지만 20년 전 로컬 주유소에 그런 신문물이 있을 리 만무하죠. 호스는커녕 수도꼭지조차 안 보이고 칙칙한 타일 벽 맨살밖에 없었습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동공 지진이 났습니다. 인도네시아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멘탈이 완전히 터진 거죠. 그때 변기 옆 바닥을 보니 시멘트 물통(Bak)이랑 그 안에 둥둥 떠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Gayung)가 보이더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책에서나 보던 '바가지 물 + 왼손'의 컬래버레이션을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현실이 닥쳤습니다. 제 왼손은 평소에 턱을 괴거나 담배 필 때나 쓰이던 고결한 손이었는데 말이죠… 인간은 위기가 오면 초인적인 두뇌 회전을 하더군요. 다급하게 주머니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영수증 한 장이라도 나오길 바랐지만 손에 잡힌 건 지갑 속 루피아 지폐 몇 장뿐… 차마 돈으로 닦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방을 열어 샅샅이 뒤져봐도 빳빳하게 코팅된 바이어 명함뿐이라 흡수력 제로로 탈락. 그 와중에 밖에서는 다음 사람이 문을 쾅쾅 두드리며 "모시(Permisi)~?" 라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습니다. 입고 있던 속옷을 과감히 희생하고 맨몸으로 탈출한다. 같이 온 일행에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현지 전통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눈물 한 방울 흘리며 오른손으로 플라스틱 바가지를 잡고, 왼손을 천천히 내렸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날 화장실을 탈출해서 주유소 비누로 손을 한 5번은 콘크리트 닦듯이 박박 씻은 것 같은데도, 하루 종일 왼손이 제 손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지금이야 웃으며 하는 얘기지만, 그때는 정말 한국 돌아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방에 항상 물티슈를 넣고 다니는 버릇은 이때 생겼답니다. 다들 즐거운 인니 라이프 하시고, 화장실 가시기 전엔 꼭 주머니 확인하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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